카테고리 없음 2016. 4. 14. 16:29

요조크기수정_02
 
 

얼마전 여의도 유람선 위에서 노래할 기회가 있어 오랜만에 한강 가까이에 가보게 되었습니다.

 

여기저기에 연인(혹은 잠재적 연인)이 가득했습니다.

 

어딘지 비정상적으로 느껴질만큼 둘로 이루어진 사람들로만 채워진 한강 둔치를

 

멍하니 바라보던 저에게 옆에 있던 일행도 믿겨지지 않는다는 듯이 말했습니다.

 

“저 얼굴들 좀 봐.”

 

요조-크기수정_02
 

예전에 저는 ‘봄을 탄다’는 사람마다 붙잡고 ‘탄다’는게 정확하게 어떤 기분인지를

 

물어보고 다닌 적이 있습니다. 대체적으로 대답들의 키워드를 나열하자면 다음과 같았습니다.

 

두근두근, 사랑에 빠질 것 같은 (혹은 빠지고 싶은) 기분, 핑크, 마냥 행복…

 
 
 

얼마 전 한강에서 마주한 사람들의 얼굴을 보면서 또 이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왜 나는 봄을 저 사람들처럼 타지 못하는 것일까?’

 
 
 

저는 봄이 되면 유난히 더 슬퍼집니다.

 

조금 무섭기도 하고, 왠지 초조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어떤 계절을 제일 좋아하냐는 질문에는 조금도 망설임 없이 봄이라고 대답하면서

 

언제든지 울 준비가 되어있는 얼굴로 봄을 나는 것이 저로서도 불만입니다.

 
 
 

그러다 얼마 전에 읽었던 한 슬프고 아름다운 시집을 말하고 싶어졌습니다.

 

그 시들이 저에게는 그 무엇보다 봄다웠다고 주장하고 싶어졌습니다.

 

그 책은 비스와바 쉼보르스카라는 폴란드의 위대한 시인의 유고시집 ‘충분하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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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조-크기수정_04

‘시간이 절박하다’

 

저에게 봄은 ‘두근두근’ 보다는 ‘절박’이라는 단어와 친하게 이웃하고 있다는 기분이 듭니다.

 

봄이 왔습니다. 저는 이번에도 울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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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동이동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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