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2019. 12. 29. 10:31

▲ LG 트롬 건조기 16kg 모델의 콘덴서 모습. 자동세척 기능과 달리 먼지가 쌓여있다

 


LG전자 트롬 의류건조기의 콘덴서 자동세척 시스템 이슈가 뜨겁다. 트롬 건조기는 히트펌프(컴프레셔)라는 구성품을 사용하는데 히트펌프의 주요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콘덴서. 콘덴서는 빨래의 증기를 냉각하고 열을 낮춰 수분을 빼내는데 도움을 주는 역할이다. 습기와 먼지가 오가는 통로에 있어 세척이 꼭 필요한 부품. 현재 LG전자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SK매직, 대우, 아남 등 대부분의 제조사가 콘덴서를 포함한 히트펌프 방식을 채택해 제품을 생산 중이다. 그런데 왜 유독 LG전자의 의류건조기만 연일 시끄러운걸까?

 

 

 

▲ LG 트롬 건조기 작동 원리

 


지난해부터 LG전자 의류건조기 모델 중 일부는 건조 기능 저하와 악취 발생을 이유로 소비자보호원에 불만이 접수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올라오면서 경쟁이 뜨거웠던 건조기 시장을 또 다른 의미에서 뜨겁게 만들고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바로 인버터 히트펌프 방식의 LG 트롬 건조기 중 콘덴서 자동세척시스템을 적용한 제품. LG전자는 고객의 편의를 위해 주기적으로 직접 청소를 해야 하는 콘덴서에 '콘덴서 자동세척시스템'을 2017년부터 탑재하며 지난 5월에는 ‘콘덴서는 신경쓰지 않아도 됩니다.‘ 라는 카피의 광고를 내보낼 정도로 차별화된 기능임을 자랑했다. 이 제품은 최근 3년간 140만 대 이상을 판매될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그런데 지금은 해당 광고 카피가 삭제되었으며, 일부 구매자들은 제품 결함 이슈와는 별개로 허위 과대광고라며 고소 고발까지 준비하고 있다.

 

▲ 히트펌프 콘덴서 자동세척 원리

 

콘덴서에 달라 붙은 먼지를 세척하는 것은 히트펌프 방식 건조기라면 당연한 과정. 그래서 대부분의 건조기들은 콘덴서를 수동세척할 수 있도록 제작한다. 하지만 청소하기 불편한 위치에 콘덴서가 장착되어 있기도 하고 내구성이 약한 편이라 자칫 손상의 우려도 있다. LG전자가 자동세척 기능을 만든 이유 중 하나다.

 

 

▲ 삼성전자 그랑데 DV16R8540KV의 콘덴서 수동세척 안내문

 

이론상 콘덴서 자동세척시스템은 건조할 때마다 3개의 물살로 콘덴서를 세척하기 때문에 사용자가 신경쓰지 않아도 콘덴서가 최적의 상태로 유지될 수 있다. 콘덴서가 깨끗해야 공기 순환이 잘 되고 건조 효율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세척은 필수. 삼성전자를 비롯해 타사 건조기의 경우, 콘덴서를 수동으로 세척해야 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콘덴서 자동세척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LG전자의 건조기를 선택하고 추천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런데 이 기능이 적용된 건조기를 사용하던 소비자들이 2018년부터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 건조기능이 처음만 못하다는 주장도 있었고 악취가 난다는 말도 들려왔다. 또 자동세척기능이 있음에도 2~3년에 한 번씩 세척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는 것도 논란 중 하나. 그러던 사이 최근에는 건조 기능이 떨어진다는 후기가 조금씩 늘었고, 이 원인에 대해 한 사용자는 콘덴서에 먼지가 쌓였기 때문이라며 동영상과 사진 등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 논란이 커지기 시작했다.

 

 

 

<출처: 네이버 밴드 '엘지건조기자동콘덴서 문제점'>

 

 

<출처: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이때부터 상황이 급격해졌다. 비슷한 이유로 문제를 제기하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어난 것. '엘지건조기 자동콘덴서 문제점'이라는 네이버 밴드가 개설됐고, 현재까지 2만 명이 훌쩍 넘는 회원이 가입하면서 이슈는 커졌다. 거기에 '소비자 우롱하는 **건조기 리콜 및 보상 요청합니다' 라는 이름으로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함께 시작돼 16일 현재까지 참여인원이 2만 명이 넘을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이들의 요청은 광고나 매뉴얼과 전혀 다른 LG 트롬 건조기의 문제를 제대로 인정하고 리콜 및 보상을 하라는 것.

문제를 제기한 소비자들은 정황에 대해 매우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고 있다. 콘덴서 자동세척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콘덴서에 먼지가 쌓이고 그 먼지를 거친 응축수에서 악취, 세균번식 등의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자동세척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콘덴서에 쌓인 먼지가 분사된 물과 결합되고, 이로 인해 빨래에서 악취가 나거나 건조와 관련된 다른 문제가 일어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사용횟수가 늘어날수록 건조기능이 떨어져 추가로 건조를 해야 한다거나 빨래에서 나서는 안 될 악취가 난다는 피해 신고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이밖에도 녹슨 부분이 있다거나 건조 시간이 과도하게 지연된다는 문제도 접수되고 있다.



'우리집 건조기는 괜찮을까?' 만일 14, 16kg 대용량의 트롬 의류건조기 사용자라면 스마트폰을 이용해 간단히 콘덴서의 상태를 직접 확인해 보는 것도 좋겠다. 건조기의 내부필터와 외부필터를 분리한 후 긴 막대에 스마트폰을 떨어지지 않게 붙인 다음 플래시를 켠 채로 촬영을 하면 된다. 먼지제거필터가 있는 방향으로 꼼꼼하게 촬영하면 콘덴서 부분을 찍을 수 있다. (아래 동영상 참고)

대용량 건조기 소비자들은 이처럼 간단하게 체크할 수 있는데 반해 9kg 용량 건조기를 구매한 소비자들은 상황이 다르다. 구조상 사용자가 콘덴서를 직접 확인할 수 없어 서비스 엔지니어를 불러야만 하기 때문. 접수과정이 번거로운 뿐 아니라 점검 하는 시간도 1~2시간 정도 걸린다. 정상제품이라고 하더라도 확인을 위해선 분해를 해야만 하니 불만이 적지 않을 수 밖에 없다. 실제로 분해 이후 기능이 떨어졌다는 주장있어 점검접수 하는 것조차 망설이는 소비자들도 있다. 하지만 LG전자 측에서는 건조 성능에 문제가 없으며 악취 등의 원인은 먼지 때문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아직까지는 정확한 문제 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

 

 

 

 

 

▲ 지난 9일 공개된 'LG전자 의류건조기 자동세척 콘덴서(응축기) 10년 무상보증' 전문


소비자들의 계속되는 문제 제기에 LG전자는 지난 9일 입장문을 통한 공식사과와 함께 자동세척 콘덴서 10년 무상보증 서비스를 발표했다. 기존에는 핵심 부품인 인버터 컴프레서만 무상보증 기간이 10년이었지만, 콘덴서도 1년에서 10년으로 무상보증 서비스 시간을 크게 늘린 것. 또 불편을 느끼는 고객들에게는 서비스 엔지니어가 방문해 보증 기간 내 점검 서비스를 무상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원했던 리콜 요구에는, 치명적인 결함이 없고 안전 문제도 아니기 때문에 불가하다고. 실제로 지금도 해당 제품은 꾸준히 판매하고 있다.

LG전자 입장에서는 통 큰 보상 서비스를 내놓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불만이 해소되지 않아 건조기 콘덴서 이슈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가 응축수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은 것도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 중 하나. 일부 구매자들이 올린 사진 중에서는 콘덴서와 별도로 건조기 내부에 고인 응축수가 오염돼 곰팡이가 핀 경우도 있는데, 이조차도 해결 방법이 AS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10년 무상보증이 이뤄진다 해도 문제가 생길 때마다 분해하고 조립하는 것은 여러모로 제품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결함을 인정하고 리콜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2017년에 구매한 제품은 품질보증기간이 끝났기 때문에 환불이 불가하다는 것이 LG전자의 입장이다.

 

▲ 업그레이드 후 수동세척모드를 3회 진행 했지만 먼지가 제거되었다고 볼 수 없다.


현재 LG전자에서는 건조기 작동 이상에 대해서만 AS를 진행하고 있다. 단순점검이나 분해의 경우 8월 중순 이후로 예약만 받고 있다. 그동안 구매자들이 제기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적인 방법을 찾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미 AS를 받은 구매자들에게도 단순 점검 이외에 약간의 차별적인 서비스가 있다. 분해 및 세척 외에 건조기 프로그램을 내려 받은 뒤 수동세척 방법을 가르쳐 준 경우도 있고, 응축수에서 냄새가 나는 경우는 응축수가 잘 빠지는 다른 부품으로 바꿔 좀 더 배출이 잘 되도록 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들도 현재 나타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서는 궁극적인 해결 방법이라고 보기 어렵다. 서비스 엔지니어에 따라 제공 내역이 다르다는 맹점도 존재한다. 네이버 밴드 ‘엘지 건조기 자동 콘덴서 문제점’은 꾸준히 LG건조기 관련 정보를 공유하면서 한국소비자원에 개별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그 결과를 받아본 다음 추후 행동을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기획, 편집/ 홍석표 hongdev@danawa.com
글, 사진/ 조주연 news@dana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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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동이동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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